
서호주 샤크베이(Shark Bay)는 거대한 면적의 해초대(Seagrass Meadow)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해양 탄소흡수원 중 하나다. 하지만, 2011년 해양열파(Marine Heatwave)로 인해 해초의 3분의 1이 파괴됐으며, 지금도 기후변화의 위협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힌다. 기후변화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샤크베이를 찾아갔다.


샤크베이의 과거와 현재
샤크베이에는 지금도 살아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 군락이 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든 시아노 박테리아는 지구에 최초로
산소를 만들어준 미생물이다. 지금으로부터 수십억년 전
원시 지구에서 이산화탄소와 물,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했고, 이 과정에서 산소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소는 바다에 축적됐고, 바다가 포화되자 대기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지구가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 숨쉬는
특별한 행성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현재는 샤크베이의 거대한 해초대가 광합성을 통해 바닷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해양생물들이 숨쉴 수 있도록 산소를
만들어낸다.
샤크베이는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지구 생태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식물
샤크베이에는 전 세계 72종의 해초 중 12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의 6.6배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의 바다를 뒤덮으면서 듀공과 바다거북, 상어, 게 등 1500종이 넘는 해양생물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한다.
이중 리본 잡초로도 불리는 '포시도니아
오스트랄리스'(Posidonia australis)는 샤크베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해초다. 최근 서호주대 연구팀은
샤크베이에서 자라는 이 해초가 하나의 유전자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큰 식물이라는 것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알아냈다.
해당 해초는 단일 씨앗에서 파생돼 4500년
동안 서울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 가까이
퍼졌으며 이 식물의 줄기를 이으면 길이가 180km에 달한다.
해양열파로
초토화된 해초대
MARINE HEATWAVES
샤크베이의 얕은 물과 모래로 된 해저는 해초가
자라기에는 완벽한 조건이다. 하지만, 샤크베이의
해초대도 기후변화의 재앙을 피하지 못했다.
2010~2011년 여름, 바다의 폭염으로 불리는
‘해양열파(Marine Heatwave)’가 서호주 해안가를
덮쳤다. 샤크베이 해역에도 평소보다 2~5도 높은 유례
없는 고수온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해초들에게
극심한 열스트레스를 줬다.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양열파 이후 3년 만에
샤크베이 해초대의 3분의 1이 죽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는 등 바다 생태계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해초가
뒤덮었던 많은 해저 지역들이 해양열파 이후 모래만
남은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다.


탄소저장고인 해초가 사라지면서 최대 900만t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다. 이는 80만 가구에서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다.


“30도에 이르는 고수온이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조류가 발생해 바다를 검게 만들었어요. 해초가 자라려면 햇빛이 필요한데 불행하게도 바닷물이 시꺼멓게 변해버렸고, 그 검은 조류는 샤크베이의 해초를 파괴해 버렸어요.”
제이드 스탠든 리즐리 / 샤크베이 퍼펙트네이처 크루즈 선장
해초의 소멸이
생태계에 불러온 나비효과
THE CHAIN EFFECT OF SEAGRASS DAMAGE
샤크베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종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그러나 해초의 죽음은
샤크베이의 해양생물들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해초 파괴의 연쇄효과로 인해 듀공에서 바다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생물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샤크베이는 전세계에서 듀공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으로 해초는 듀공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다. 한
연구에 따르면, 듀공은 해양열파의 영향으로 해초가
사라진 이후 67.5%가 감소했다. 푸른바다거북 역시
38.6%가 감소했으며 수척해진 푸른바다거북들이
반복적으로 발견됐다. 매일 아침 해변으로 다가와
관광객들에게 인사하는 남방큰돌고래도 약 40%가
줄었다. 바다뱀은 76.7%가 줄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바다뱀에게 해초대는 먹이를 찾는 사냥터이자
스스로를 보호하는 피난처이기도 하다.
해초를 복원하려는 사람들
샤크베이의 해초는 아직도 치유의 과정 속에 있다. 해초를 복원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취재팀이 샤크베이를 찾은 날에도 300개의 모래주머니를 배에 실은 뒤에 바닷속에 넣는 작업이 이뤄졌다. 바다를 떠다니는 해초 씨앗들이 주머니에 안착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해초 복원 프로젝트는 정부의 어떤 지원도 없이
샤크베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오래 전
샤크베이의 주인이었던 말가나 원주민들도 힘을 모았다.
이날 크루즈 운항을 중단하고 승객 대신 모래주머니를 가득
실은 퍼펙트 네이처 크루즈의 그렉 리즐리는 “해초가 없다는
건 샤크베이의 어떤 해양생물들도 살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다가오는 여름에 또다시 해양열파가
찾아올까봐 두렵다”고 했다.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해초는 탄소의 5%를 흡수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해초대가 다시 자라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파트리샤 오클리 / 말가나 원주민 원로